얼마 전에 유튜브 채널에 숏츠를 올린 적이 있다.
제목이 ‘암기와 이해는 같은 것이니 목숨 걸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굉장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암기를 많이 하면 자동으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암기랑 이해가 어떻게 같느냐라고 하는 것이었다.
일단 그 짧은 숏츠 조차 보지도 않고 댓글을 다신 분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그 영상을 보신 분들에게는 왜 이해 = 암기인지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1. 사람의 기억은 중2~고1 정도를 지나면서 형태가 바뀐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 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공부를 잘 못하거나
반대인 경우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학교를 잘못 진학했거나 친구를 잘못 만났거나
공부하는 태도가 잘못 되었거나 재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구조가 바뀌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일(반대는 우연히 잘 된 일)이다.
먹고 자고 싸는 삶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결하는 법을 관장하는 것이 뇌간이다.
그리고 이에 관련된 기억의 형태를 ‘방법기억’이라고 부른다.
영아에서 유아 정도까지가 이러한 기억의 형태를 특히 사용한다.
그러다가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세상의 정보와 지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억이 발달한다. 이를 ‘지식기억’이라고 한다.
단어의 의미라든지 역사적 사실, 과학적 개념, 수학 공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중학교 정도까지는 별달리 원리를 파헤치지 않아도 그대로 외울 수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특별히 독립된 범주로서 ‘이해’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있지 않다.
암기와 이해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중2에서 중3 정도까지는 지식기억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중3에서 고1, 2 정도를 지나면서 뇌는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것,
즉 나의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머리에 저장하는 형태로 바뀐다.
이러한 기억의 형태를 ‘경험기억’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이해를 하지 않으면 암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단순하게 반복을 하면서 눈에 바르는 것들은 단기기억에 머물 뿐이어서
주기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떠나게 된다(=암기가 되지 않는다).
이해와 암기가 적극적인 의미로서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이 시기부터이다.
요컨대, 지식기억을 사용하는 시기에는 경험기억과 이해가 독립된 범주로 의미 있게 존재하지 않기에 암기와 구별되지 않고, 경험기억을 사용하는 시기에는 이해하지 않으면 암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기=이해’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댓글을 단 분들은 초중등학교 시절에 특별히 이해 없이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과, 그 이후에 이해를 통해 머리에 남긴 것은 실은 서로 비교하거나 동치로 놓을 수 없는 별개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해와 암기는 다르다’(이런 말은 통상 고등학교 정도에 듣게 된다)는 기존사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2. 교육심리학의 암기기술은 모두 이해로 귀결된다.
해마의 기능에 관한 뇌인지과학의 설명 외에,
보다 본격적인 암기기술을 다루는 영역으로 들어가 설명해 보기로 한다.
이를 다루는 것이 교육심리학의 학습기술 분야이다.
교육심리학의 암기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나 언급하는 것이고 서로 구별되는 것은 6가지 정도가 있다.
조직화, 맥락화, 심상화, 정교화, 시연, 변환법이다.
이 중에서 ‘시연’은 되뇌기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실은 단기기억에 남기는 기술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암기라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몇 분만 암기했다’는 것도 암기의 범주에 넣으면 개념이 너무 불분명해진다.
적어도 여기서는, 그리고 나는 ‘암기’라는 말은 장기기억 즉 이론상 기억의 간섭이나
쇠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기억을 만드는 행위로 한정한다.
그런데 이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개념일까? 교육심리학이나 뇌인지과학에서는
‘암기’나 ‘기억’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이는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지마는
애초에 ‘이해’를 정의하는 학술용어는 찾지 못했다. 대부분이 가진 이해에 대한 컨셉은
학교에서 누군가 특히 한 선생님이나 참견하길 좋아하는 친구의 뇌피셜이
그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
암기기술, 교육심리학의 관점에서 이해라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으로
분해하고 조립하고 다시 재분해 해보는 과정을 말한다.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는
‘정교화(elaboration)’이다.
그런데 정교화는 실은 맥락화와 심상화, 조직화에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맥락을 만들기 위해서든, 심상을 만들기 위해서든,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든
모조리 기존의 기억이나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유추적 문제해결(analogical problem solving)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총합’정보로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환법은 억지로 기존 지식과 연결점을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은 암기가 아니다.
학원에서 노래 가사 같은 것과 두문자를 연결해서 외운 것이 ‘모두’ 기억나는가?
이렇게 보면 암기를 위한 방법은 결국 정교화, 즉 머릿속에 집어넣고자 하는
정보의 구성원리나 부분 등을 정확하게 아는 것, 그러면서 내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것으로 모두 귀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해라는 것은 분해(정교화의 일부)의 대상이 되는 지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정교화는 그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머릿속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암기이자 이해 즉 ‘암기=이해’가 되는 것이다.
3. 먼저 외우고 나서 이해한다는 접근에 대해
이렇게 보면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외운다는 사고
(다만 그것은 정확히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반복 강하게 단기기억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또는 그러한 내용의 댓글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암기=이해’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말이다.
다만 이 말이 맞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마의 기능적인 문제 때문이다.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뇌의 해마인데,
해마는 사람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등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일을 한다.
일단 머릿속에 외울 대상을 집어넣는데 성공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해마가 기억을 정리해 그것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람의 작업기억 상 정보의 지속시간 때문이다.
정보를 인지하고 장기기억으로 넘길지를 결정하는 것이 작업기억인데,
작업기억에 정보가 머무는 시간은 10~20초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어렵거나 복잡한 정보들은
그 시간 내에 정교화를 해서 장기기억화 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뇌가 그것을 이해(=정교화)하고 장기기억을 넘기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그 모르는 개념이나 내용을 붙들고 눈을 고정시키고 있거나
일단 머릿속에 잠시 복사한 후에 며칠씩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하면 된다.
이 중 뒤의 것에 해당하는 행동이 바로
‘일단 외웠더니 언젠가 이해가 되더라’는 내용의 댓글들이다.
다만 이것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고, 또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교화의 노력을
경시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일반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
얼마 전에 유튜브 채널에 숏츠를 올린 적이 있다.
제목이 ‘암기와 이해는 같은 것이니 목숨 걸지 말라’는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굉장히 많은 댓글이 달렸다.
댓글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암기를 많이 하면 자동으로 이해가 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암기랑 이해가 어떻게 같느냐라고 하는 것이었다.
일단 그 짧은 숏츠 조차 보지도 않고 댓글을 다신 분들을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고,
그 영상을 보신 분들에게는 왜 이해 = 암기인지에 대한 보충 설명을 드리고자 한다.
1. 사람의 기억은 중2~고1 정도를 지나면서 형태가 바뀐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를 잘 하다가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공부를 잘 못하거나
반대인 경우들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학교를 잘못 진학했거나 친구를 잘못 만났거나
공부하는 태도가 잘못 되었거나 재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구조가 바뀌었음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해 생기는 일(반대는 우연히 잘 된 일)이다.
먹고 자고 싸는 삶의 기본적인 욕구들을 해결하는 법을 관장하는 것이 뇌간이다.
그리고 이에 관련된 기억의 형태를 ‘방법기억’이라고 부른다.
영아에서 유아 정도까지가 이러한 기억의 형태를 특히 사용한다.
그러다가 언어를 사용하면서부터 세상의 정보와 지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억이 발달한다. 이를 ‘지식기억’이라고 한다.
단어의 의미라든지 역사적 사실, 과학적 개념, 수학 공식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런 것들은 중학교 정도까지는 별달리 원리를 파헤치지 않아도 그대로 외울 수가 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특별히 독립된 범주로서 ‘이해’라는 것이 별다른 의미가 있지 않다.
암기와 이해가 분리되지 않는 것이다.
중2에서 중3 정도까지는 지식기억을 사용한다.
그러다가 중3에서 고1, 2 정도를 지나면서 뇌는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것,
즉 나의 경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머리에 저장하는 형태로 바뀐다.
이러한 기억의 형태를 ‘경험기억’이라고 한다.
이때부터 이해를 하지 않으면 암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단순하게 반복을 하면서 눈에 바르는 것들은 단기기억에 머물 뿐이어서
주기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지 않으면 기억에서 떠나게 된다(=암기가 되지 않는다).
이해와 암기가 적극적인 의미로서 동일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이 시기부터이다.
요컨대, 지식기억을 사용하는 시기에는 경험기억과 이해가 독립된 범주로 의미 있게 존재하지 않기에 암기와 구별되지 않고, 경험기억을 사용하는 시기에는 이해하지 않으면 암기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암기=이해’라고 표현을 한 것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댓글을 단 분들은 초중등학교 시절에 특별히 이해 없이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과, 그 이후에 이해를 통해 머리에 남긴 것은 실은 서로 비교하거나 동치로 놓을 수 없는 별개의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이해와 암기는 다르다’(이런 말은 통상 고등학교 정도에 듣게 된다)는 기존사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2. 교육심리학의 암기기술은 모두 이해로 귀결된다.
해마의 기능에 관한 뇌인지과학의 설명 외에,
보다 본격적인 암기기술을 다루는 영역으로 들어가 설명해 보기로 한다.
이를 다루는 것이 교육심리학의 학습기술 분야이다.
교육심리학의 암기기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누구나 언급하는 것이고 서로 구별되는 것은 6가지 정도가 있다.
조직화, 맥락화, 심상화, 정교화, 시연, 변환법이다.
이 중에서 ‘시연’은 되뇌기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실은 단기기억에 남기는 기술이므로 진정한 의미의 암기라고는 할 수 없다.
애초에 ‘몇 분만 암기했다’는 것도 암기의 범주에 넣으면 개념이 너무 불분명해진다.
적어도 여기서는, 그리고 나는 ‘암기’라는 말은 장기기억 즉 이론상 기억의 간섭이나
쇠퇴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우 영구적으로 보존되는 기억을 만드는 행위로 한정한다.
그런데 이해라는 것은 대체 어떤 개념일까? 교육심리학이나 뇌인지과학에서는
‘암기’나 ‘기억’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이는 동의어로 인식되고 있지마는
애초에 ‘이해’를 정의하는 학술용어는 찾지 못했다. 대부분이 가진 이해에 대한 컨셉은
학교에서 누군가 특히 한 선생님이나 참견하길 좋아하는 친구의 뇌피셜이
그 출처일 가능성이 높다.
암기기술, 교육심리학의 관점에서 이해라는 것은 새로운 정보를 기존의 지식으로
분해하고 조립하고 다시 재분해 해보는 과정을 말한다. 이것을 지칭하는 용어는
‘정교화(elaboration)’이다.
그런데 정교화는 실은 맥락화와 심상화, 조직화에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맥락을 만들기 위해서든, 심상을 만들기 위해서든,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든
모조리 기존의 기억이나 정보가 필요하고,
그것을 유추적 문제해결(analogical problem solving)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총합’정보로 머릿속에 저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변환법은 억지로 기존 지식과 연결점을 만드는 것이어서 사실은 암기가 아니다.
학원에서 노래 가사 같은 것과 두문자를 연결해서 외운 것이 ‘모두’ 기억나는가?
이렇게 보면 암기를 위한 방법은 결국 정교화, 즉 머릿속에 집어넣고자 하는
정보의 구성원리나 부분 등을 정확하게 아는 것, 그러면서 내 기존 지식과
연결하는 것으로 모두 귀결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이해라는 것은 분해(정교화의 일부)의 대상이 되는 지식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정교화는 그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머릿속에 무언가를 남긴다는 것은 암기이자 이해 즉 ‘암기=이해’가 되는 것이다.
3. 먼저 외우고 나서 이해한다는 접근에 대해
이렇게 보면 뭔가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외운다는 사고
(다만 그것은 정확히는 ‘외우는 것’이 아니라 반복 강하게 단기기억에 붙잡아 두는 것이다)
또는 그러한 내용의 댓글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그것이 ‘암기=이해’ 전부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지마는 말이다.
다만 이 말이 맞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마의 기능적인 문제 때문이다. 장기기억을 관장하는 곳은 뇌의 해마인데,
해마는 사람이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는 등 의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을 때 일을 한다.
일단 머릿속에 외울 대상을 집어넣는데 성공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해마가 기억을 정리해 그것이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람의 작업기억 상 정보의 지속시간 때문이다.
정보를 인지하고 장기기억으로 넘길지를 결정하는 것이 작업기억인데,
작업기억에 정보가 머무는 시간은 10~20초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어렵거나 복잡한 정보들은
그 시간 내에 정교화를 해서 장기기억화 시키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뇌가 그것을 이해(=정교화)하고 장기기억을 넘기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 종일 그 모르는 개념이나 내용을 붙들고 눈을 고정시키고 있거나
일단 머릿속에 잠시 복사한 후에 며칠씩 생각을 하며 이해를 하면 된다.
이 중 뒤의 것에 해당하는 행동이 바로
‘일단 외웠더니 언젠가 이해가 되더라’는 내용의 댓글들이다.
다만 이것은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고, 또 공부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정교화의 노력을
경시하게 만들 우려가 있어 일반적으로 권하지는 않는다.